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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함보다 더 중요한 것 | Beyond Smart (한글 번역) | Paul Graham

글과 생각 (번역)

by BIZUCAFE 2023. 2. 2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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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의 '똑똑함'을 경이로워 합니다. 저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똑똑한 사람'으로서 그를 존경했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조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제 생각에, 아인슈타인이 위대한 이유는 시대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중대하면서도 전례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이게 똑똑한 거 아니냐고요? 조금 다릅니다. 똑똑함은 이런 아이디어를 고안하는 데 필요한 지능적인 역량인데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은 똑똑함만이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똑똑함(지능)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혼동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른 능력입니다. 이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고민하는 게 중요합니다. 똑똑한 능력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절대 동일한 게 아닐뿐더러, “똑똑함"이 있다면 자연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조되는 그런 단순한 인과 관계에 있지도 않습니다. 대학교나 연구소에서 오래 계셨던 분이라면 그 둘 사이에 얼마나 큰 간극이 존재하는지를 잘 아실 겁니다. 세상에 똑똑한 사람들은 정말 많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모두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저도 똑똑한 것만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자랐습니다. 그래서 똑똑하기를 가장 원했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생각해 보면... 우리가 제일 원하는 건 똑똑함이 아니더라고요. (1) 엄청나게 똑똑하지만, 새로운 것은 전혀 창조할 수는 없는 삶 (2) 조금 덜 똑똑하지만 수많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삶. 무엇을 택하시겠습니까? 약간 억지이긴 하지만, 대부분은 후자를 원할걸요. 이 둘은 다른 개념입니다.

우리가 똑똑함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동일시하고, 착각하는 것은 환경 때문입니다. 똑똑함은 객관적인 기준, 수치로 따져보기가 너무 쉽고, 우리는 계속해서 그 수치를 기준으로 평가되어 왔거든요. 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역량은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하잖아요. 그리고 절대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게 아니죠.

그리고 새로운 것을 창조할 역량을 분명히 가졌더라도 증명할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그런데 사회는 항상 지능 지수, 시험 성적, 그런 수치만 요구하고 학교에서든 밖에서든 그 수치로만 인정받으니까, 내 안에 내재되어 있고 수치로 보여질 수 없는 다른 역량들은 자신도 알 수가 없고 남에게 인정받을 수도 없으니 등한시하게 돼요. 그래서 똑똑함만이 중요하다고 착각하는 굴레로 더더욱 빠져들죠.

성인이 되어 사회로 나와서도 그 착각 속에 머물게끔 하는, 사회 전반에 깔린 미묘한 이유들도 있어요. 예를 들면, 대개 똑똑한 사람들이 경쟁에서 우세하기 때문에, 똑똑함이 지배 계급의 특징이자 전제 조건 같은 것으로 자리 잡고 있죠. 게다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워낙 새로운 일이고 지금도 매우 소수만 하는 일이다 보니, 사실은 이 역량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사회가 아직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똑똑한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우리가 진짜 도달해야 하는 지점은 똑똑함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일인데도 말이죠.

 

그럼 왜 많은 사람들이 똑똑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걸 창조하지는 못할까요?

(Why do so many smart people fail to discover anything new?)

이렇게 생각해 보면, 흥미로운 답변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죠. 만일 똑똑함(지능)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데 필요한 유일한 요소가 아니라면, 다른 요소들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요소들은 후천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이런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죠.

만약 똑똑함(지능)만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지능은 선천적으로 정해진 요소라면, 이 세상은 디스토피아 소설에 나오는,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철저하게 결정된 것과 다를 게 없어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저 주어진 지능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죽을 때까지 그 일을 최대한 잘할 수 있게 애쓰는 것, 그것밖에는 없잖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애를 써도, 내가 도달할 수 있는 범주가 애초에 결정된 거고 한정된 거죠.

그런데 반면, 똑똑함(지능)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똑똑함은 그저 다른 많은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일 뿐이라면, 그리고 똑똑함 외의 요소들은 결정된 게 아니라 우리가 가꿔갈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범주가 무한해지는 것이죠.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우리의 의지대로, 능동적으로 역할을 찾아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만한 자유가 허용된 만큼, 삶을 채워가는 일이 더욱 복잡해지기도 해요.

그래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게 하는 다른 요소들이 무엇일까요? 이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사회가 아직 똑똑함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아니라면, 우리 모두 이렇게 본질적인 질문에 이미 답할 수 있을 테니까요.

오늘 이 글에서 그 요소들에 대한 완전한 목록을 제시하려는 것은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 할 수도 없고요. 저도 이런 관점으로 이 질문을 접근해 본 적은 처음이라, 그 요소들을 모두 찾아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거예요.

그런데 가장 중요한 요소 한 가지는 알고 있는데요, 그건 바로 특정한 주제에 대한 광적인 흥미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건 무조건 누구나 가꿔나갈 수 있는 요소이죠.

또 다른 요소는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능력(independent-mindedness)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건 똑똑함과 완전히 무관한 일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요.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을 똑똑하다고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이 요소 또한 똑똑함과 섞여있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확실히 가꾸어갈 수 있는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전략들도 있어요. 온전히 자신만의 일을 처음부터 일구어내는 것, 그렇게 0에서 1을 만들어내면서 갖가지 어려움을 겪어내는 과정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데 큰 양분이 되죠. 그리고 확실히 후천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어떤 전략들은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자연히 터득할 수도 있어요.

물론 이 외로 매우 일상적인 요소들도 있어요. 예를 들면, 성실히 노력하는 것, 충분한 숙면을 취하는 것,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 좋은 동료를 만나는 것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보는 것 같은 요소들이요. 이런 요소들은 당장 큰 역할을 하지 않는 것 같아도, 사실은 매우 중요해요. 왜냐하면, 보통 새로운 아이디어는 청년기에 가장 왕성하게 나오는데요, 그 이유가 청년기에는 이러한 일상적인 요소를 잘 갖출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일 수 있어요. 무척 건강하다거나 책임져야 하는 일들이 많지 않은 환경이 앞서 말한 일상적인 요소들을 더 많이 누릴 수 있게 해주죠. 그래서 이런 일상적인 요소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데 가장 근간이 되는 전제 조건일 수 있는 거죠. 만일 이러한 요소를 잘 형성할 수만 있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는 어떤 나이대에서도 왕성하게 창조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생각하기 어려운 요소도 하나 있는데요, 그건 바로 '글쓰기'에요. 오직 글쓰기를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있어요. 말 그대로, 글을 써보지 않으면 절대 낼 수 없는 아이디어들이요. 왜냐하면 어떤 경우에는 아이디어를 먼저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면서 발견하게 되는 아이디어들이 있거든요. 글을 적을 때만 쓰이는 사고력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글을 적는 게 익숙하지 않다면, 그 사고력은 아예 쓸 수가 없고, 그 사고력으로 창조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절대 낼 수가 없죠. 예를 들면, 이 글도 사실 처음에는 작문 능력에 대해 쓰려던 건데, 쓰는 과정에서 똑똑한 것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것의 차이를 발견했어요. 그러고 보니 실은 그 주제가 더 거시적이고 더 중요하게 여겨져서 아예 전개를 뒤집어버렸죠. 그리고 제가 애초 말하고자 하던 본질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이렇게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생각을 완전히 재구성하는 역량도 글을 쓰는 습관이 있다면 쉬워질 수 있어요.

오늘 제가 한 것처럼, 똑똑함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역량, 그 둘 사이의 차이를 알아가고 채워가는 일이 우리를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어줄 거라 생각해요. 그냥 '타고나는 거지 뭘'이라고 생각하면, 많은 것들을 놓칠 거예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게 하는 다른 요소들, 우리가 후천적으로 가꾸어갈 수 있는 요소들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질문하고, 능력을 키워나간다면... 도달할 수 있는 지대가 무한해질 거예요. 저는 그렇게 우리가 스스로 발견하고 양성할 수 있는 역량이 무한하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수치로 담아낼 수 없는 역량들, 당장은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어도 그 실재하는 역량들에도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모든 역량들이 똑똑함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면 해요. 그렇게 된다면 이 세상은 매일매일 새로운 아이디어들로 넘쳐나지 않을까요?

Translated by JS


글을 읽는 것과, 글을 옮기는 것은 너무 다른 일인 것 같습니다. 번역을 하다 보면, 당연하게 지나갈 문장도 피부로 와닿으며 내 것으로 흡수된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특히 이 글은 제게 더 파고들어왔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 언어나 수치로 담아낼 수 없는 역량을 직접 느끼고,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저의 생각을 응원받는 느낌이었습니다. 많은 분들께 실질적인 용기가 될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수치로는 증명할 수 없어도, 그래서 때로 이 사회에서 도태되는 것 같아도, 누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신만의 역량은 품고 있기 마련이니까요.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JS)

 

원문 출처는 하기와 같습니다 : http://www.paulgraham.com/smar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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